마부는 입에 담기도 어렵다는 듯 고개만 넙죽거렸다.
뇌선은 그런가 하며 다시 해안의 풍광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지만 쥬조가 갑자기 기지개를 켜며,안쪽에 앉아있던 뇌선의
시야를 가리는 게아닌가? 거기까지는참겠는데, 이후에도 쥬조는
계속 허리를 좌우로 돌렸다 팔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하며 눈을 어지
럽혔다.
뇌선은 새삼 자리를 바꾼 것에 화가 났다.
이윽고 쥬조의 몸풀기가 끝났다. 그는 밖으로 눈을 돌리고 말했다.
"小春! 鬪いが あるかもな……．(코하루! 싸움이있을지도 모르겠
다…….)"
"はい．(예.)"
코하루가 조용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답했다.
석무종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그들 부녀가 경각심을갖기 시작
했음을 느꼈다. 또 그런 변화가 마부와 뇌선의 대화로부터 기인했다
는 걸 깨달았다.
'호채성, 그 사람이 왜?'
갑자기 마차가 멈추었다. 주위는 소나무가빽빽하니 들어서 있어
해변 풍경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앞쪽 길 한편에 도를 지
닌 사내 넷이 앉거나 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마차를 세운 마부는 훌쩍 뛰어내리더니 석무종들을 힐끗 쳐다보고
는 달아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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